
교계에서 사역하다 보면 교회와 기관, 그리고 한 사람의 삶 속에서 수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 모든 어려움을 견디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사역의 의미와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기자와 선교회 대표라는 두 가지 사역을 함께 감당하며 살아온 시간이 어느덧 38년이 됐다. 돌아보면 결코 평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특히 누군가의 삶과 사역을 이어받아 그 뜻을 섬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을 요구한다. 좋은 뜻만으로 사역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정적인 뒷받침과 사람들의 협력,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향한 신뢰가 함께할 때 비로소 사역은 지속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고 싶다. 부족하고 때로는 흔들리는 순간에도 처음 품었던 마음, ‘초심’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 사람을 바라보기보다 하나님을 바라보고, 명예나 권위보다 복음과 섬김의 가치를 앞세우려고 노력했다.
교계 기자로서 사람들을 만나고 선교회 사역을 감당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인격적으로 따뜻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큰 은혜가 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 경력과 영향력을 앞세워 다른 사람을 낮추거나 배려하지 않는 모습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가.’
기자는 진실을 전하고, 사람과 교회에 희망을 전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좋은 의도로 쓴 기사조차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있다. 그럴수록 더욱 신중해야 하고, 사실과 진실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누군가를 드러내기 위한 글보다 공동체에 희망을 주는 글, 상처를 주기보다 회복을 돕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선교회 사역 역시 마찬가지다. 임원이나 회원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분들을 만나면 때로는 명예와 권위, 인맥이나 물질적인 부분이 관계의 기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중요한 것은 ‘정도(正道)’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얻기 위해 원칙을 버릴 수는 없다. 순간의 이익을 위해 초심을 저버려서도 안 된다.
선교회가 어떤 사역을 진행하기 위해 회원과 교회의 참여와 협력을 요청할 때가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도 있다. 오랜 시간 힘을 들여 준비한 사역에 관심과 협력이 부족할 때 느끼는 외로움은 사역을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마저도 사역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결국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권력도, 학력도, 물질도 아닌 것 같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어려울 때 위로하는 마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소통, 그리고 함께 책임지려는 마음이야말로 공동체를 세우는 가장 소중한 힘이 아닐까.
지난 22년 동안 선교회 사역을 감당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만남 하나하나가 이제는 소중한 추억이 됐다. 기쁨도 있었고 아픔도 있었으며, 감사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다. 때로는 ‘내가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남는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분명하게 깨닫는 것이 하나 있다. 사역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느 방송 시상식에서 한 배우가 수상 소감으로 “동료 연기자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놓고 간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참 인상적인 표현이었다. 교계와 사회에서도 누군가 오랜 시간 땀 흘리고 헌신해 세워놓은 교회와 선교단체, 공동체의 열매를 아무런 수고 없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모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공동체는 무임승차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함께 밥상을 차리는 공동체여야 한다.
누군가 밥상을 차렸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곁에서 함께 수저를 놓고, 설거지를 하고, 다음 사람을 위해 다시 밥상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섬김이고 공동체이며, 우리가 말하는 ‘서로 함께’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38년의 교계 사역을 돌아보면서 나 역시 완전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부족했고, 때로는 판단이 부족했으며, 사람에게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도 했다. 지나온 시간 가운데 후회와 아쉬움도 적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의 사역에서는 더욱 겸손해지고 싶다.
명예보다 섬김을, 권위보다 배려를, 경쟁보다 협력을 선택하고 싶다. 내가 무엇을 얻을 것인가보다 내가 무엇을 나눌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싶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신앙인의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이름을 남겼느냐가 아닐까 싶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배려했는지, 얼마나 많은 이에게 희망을 주었는지, 얼마나 낮은 자리에서 섬겼는지, 그리고 얼마나 진실하게 복음의 길을 걸었는지가 결국 우리의 삶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이제 우리 교계가 서로의 부족함을 탓하기보다 서로의 수고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한다. 학력과 사회적 지위, 직분과 권위가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섬기는 마음이 공동체의 기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다시 ‘초심’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처음 하나님을 만났을 때의 마음, 처음 사역을 시작했을 때의 순수함, 처음 품었던 복음에 대한 열정, 그리고 누군가를 돕고 섬기고 싶었던 그 마음을 다시 회복했으면 한다.
서로를 세워주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공동체.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신앙의 모습이며,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라고 믿는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앞으로도 ‘섬김과 나눔’이라는 마음을 잃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고 싶다. 때로는 길이 멀고 힘들더라도 초심을 품고, 정도를 걸으며, 복음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사역과 만남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나’가 아니라 ‘우리’로, 경쟁이 아니라 협력으로, 권위가 아니라 섬김으로.
서로 존중하고 서로를 세워주는 아름다운 신앙공동체를 꿈꾸며, 오늘도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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