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중산층… 세금 부담은 확 늘었다

조용근 칼럼 2020. 9. 8. 14:47 Posted by 기독문화선교회

[조용근의 세금이야기] 쪼그라드는 중산층… 세금 부담은 확 늘었다

입력 : 2020-09-08 04:02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5%)보다 낮다. 2010~2018년 사이 OECD 회원국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1.6% 포인트 증가했고, 우리는 2.8% 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낮지만 상승 속도가 빠른 것이다. 우리보다 상승 속도가 빠른 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프랑스(4.8% 포인트) 일본(3.5% 포인트)뿐이다. 개인소득세도 많이 늘어났다. 근로소득세의 세 수입은 2008년 15조6000억원에서 2018년 39조원으로 250% 급증했다. 이 수치가 주는 의미는 서민이나 특히 중산층의 조세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심각한 경제 현상 중 하나는 중산층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먹고사는 문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통계상으로는 해가 갈수록 삶의 질이 나아지고 있다. 그런데 기업은 기업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온통 불평이다. 그런데도 경제를 다루고 있는 정책 당국자들의 생각은 다른 듯 보여 매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중산층이 줄어드는 현상에 더해 부자 계층과 가난한 계층 간의 소득 양극화 현상도 점점 심각해져 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중 우리나라의 중산층 가구 비율은 58.5%다. 중산층 관련 통계자료를 처음으로 작성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여기서 중산층은 가장 많은 소득 가구에서부터 가장 적은 소득 가구까지 순서대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소득자 가구 소득을 기점으로 해 그 소득의 50~150% 안에 있는 가구를 말한다. 우리 몸에 비유하면 허리 부분에 해당한다. 허리가 튼튼하면 온몸이 건강하듯 중산층 비율이 높을수록 나라 경제가 튼튼하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 의미가 있는 중산층의 비율이 첫 통계자료로 만들어진 2006년에는 전 가구 소득의 70% 가까이 차지했었다. 2009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60.5%까지 낮아졌었고, 이후 점차 상승해 2015년에는 64.8%까지 높아졌다. 그러다가 2017년 63.0%, 2018년 58.8%, 2019년 1분기에 또다시 58.5%로 더 떨어졌다. 불안한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아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중위소득의 50%가 채 안 되는 빈곤층 가구 비율이 2017년 15.9%에서 2018년에는 17.1%, 2019년 1분기에는 18.1%까지 급증했다는 점이다. 중위소득의 150%가 넘는 고소득층 가구 비율도 2017년 20.4%에서 2019년 1분기 중에는 23.4%로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최빈곤 계층도, 고소득 계층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중산층은 줄어든 것이다.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허리는 가늘고 머리와 하체 부분이 더 굵게 되는 비정상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양극화는 또 있다. 2018년과 2019년 1분기 중에 나타난 나라 전체 소득계층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소득이 가장 높은 상위 20% 계층의 전체 소득을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계층의 전체소득으로 나누어 보면 소득편차가 크게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결국에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이 매우 심각해지게 된다. 불안하고 갈등 지향적 사회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게 된 데 대해 몇 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먼저 제조업 같은 안정되고 튼튼한 일자리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조치로 인해 결과적으로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실질 소득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렇게 중산층이 점점 줄어들면 나라 전체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모든 면에서 불안을 초래하게 된다. 30년 전인 1980년도 후반만 하더라도 비록 국민 소득수준은 지금보다 훨씬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던 비율은 무려 75%까지 올라갔었다는 통계도 있다.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수준으로 그때와 비교하지 못할 만큼 늘어났다. 그런데 중산층 비율은 대폭 줄어들었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소득편차가 더 늘어나고 있다. 경제 정책의 성과와 방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 그런 현상이 갈수록 늘어 가고 있을까. 절대적 빈곤층이라기보다 상대적 빈곤층이 더 늘어났기 때문 아닌가 한다. 다시 말해 과거보다 생활의 질은 많이 좋아졌는데 나보다 더 잘사는 이웃에 비하면 나는 못살고 있다고 느끼는 상대적 비교의식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지금보다 훨씬 떨어졌던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어렵지만 그럭저럭 먹고살 만합니다’라며 인정 넘치고 소박하게 이야기하는 중산층 이웃들이 많았다.

중산층의 약화나 붕괴는 이들의 세금 부담 능력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더구나 코로나19 창궐로 자영업자 중산층이 버틸 수 있는 여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중산층 가구들의 두꺼운 벽이 무너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세수 문제가 대두된다. 게다가 가난한 계층이 더 늘어나고, 빈부 격차까지 심해지면 감당할 수 없는 국면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조용근 사외 논설위원·전 한국세무사회장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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